방송사 : MBC (1975 - 1979)
출연 : 이정길, 이효춘, 이영후, 임예진, 김보연, 이경진, 김해숙, 길용우, 진유영, 이계인 외
1960년대 초, 대학 신입생시절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누이가 감동적이라며 책 한권을 선물했다. 이름 하여 “햇병아리의 항변”. 일선 교사들의 학생지도 수기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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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와 산간, 섬마을 각지에 흩어져 근무하는 일선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은 갖가지 애환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과 함께 오랫동안 내 뇌리에 박혀있던 이 책은 방송사에 입사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부터
꼭 한번쯤 극화하고 싶었던 소재였다.
그러던 중, 1975년 봄, 당시 드라마 부장이던 김포천 씨로부터 청소년 드라마를 기획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나는 즉각 의견을 제시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져 7시대 중고생들을 상대로 한 카운슬링드라마가 탄생됐다.
“제3교실”.
제1교실은 학교, 제2교실은 가정, 학교와 가정을 떠나서 청소년들이 머무르게 되는 또 하나의 공간.
우리는 그것을 “제3교실”이라고 명명하고 당시 젊은 스타였던 이정길 씨와 KBS “파도”에서 인기를 모은 탤런트 이효춘 씨를 상담교사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작가는 나연숙 씨, 김항명 씨가 번갈아 집필을 시작해 제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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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하게 풀 먹이던 하얀 칼라와 감색제복! 남학생의 검정색 유니폼은 우리 모두의 향수를 자극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소년문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소재를 구하러 서울시내 각 고등학교 상담실을 찾아 선생님들의 의견을
구했고, 교육연구원에서 상담수기도 모았다. 그리고 작품공모도 방영했는데 그때 당선된 작가가 오늘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를
집필한 '김정수' 씨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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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벨라”라는 아리송한 제목이 그해 7월 8일 나연숙 씨 집필로 방송이 되고 김항명 씨가 이어받아 두 분이 번갈아 6개월 이상
계속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폭력성, 선정성이 비판받던 TV드라마 풍토에서 총각이었던 나는 센티멘탈리즘에 푹 젖어 있었고 청소년의
거친 비행은 방송윤리상 소재로 영상화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야기를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채택하였다. 그해 9월 방송의
날에 “방송윤리상”을 수상한 “제3의 교실”은 이듬해 초까지 많은 학부모들과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화여고, 서울여상, 동명여고, 대신고, 배재고등학교 등에서 주로 제작했는데 아름답고 운치 있는 교정이 필요했던 터라 이화여고 동명여고가 단골 촬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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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12월, 양인자씨를 후속작가로 영입한 나는 양인자씨의 작가적 로맨티즘에 깊이 감복했고 의기투합한 우리는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제3의 교실”을 나르시즘 속에서 이끌어갔다. 그러나 작가의 로맨티즘과 PD의 센티멘탈리즘은 작품을 지나치게 여리고 감상적으로
만들었고 뒤늦게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이탈한 후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만회하고자 온갖 고통을 겪으며
아등바등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의대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미술대학을 지망하는 아들. 출생의 비밀을 알고 가출하는 여고생과 그를 찾는 계모! 선생님을 사랑하는 여고생과 학교를 쫓겨나는 선생님. 그리고 주먹을 휘두르던 불량배가 반장이 되어 개심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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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김보연, 이경진, 김해숙, 길용우, 진유영, 이계인 씨 등이 당시 “제3의 교실”을 통해 배출된 하이틴
스타들이었고 고석만 PD, 김지일 PD, 최종수 PD와 작가로는 박찬성, 유열, 김정수 씨 등이 우리 뒤를 이어 끝날 때까지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80년대 초 교육자율화와 더불어 6년 만에 막을 내린 “제3의 교실”
SBS
에서는 “공룡선생”이라는 타이틀로 청소년 드라마가 방송되기도 했다. 당시의 주인공들은 어느덧 불혹을 넘긴 중년이 되었고 그들의
아들딸 세대가 지금 청소년 역할을 눈부시게 하고 있으며, 덧붙여 우리 집 아이들도 이십년 전 내 드라마에서 다뤘던 문제들을
똑같이 체험하고 있다.
“
제3의 교실”에서 보여줬던 상큼하고도 단아한 교실의 아름다움은 “아들과 딸”에서 김희애, 최진실을 통해, “사랑은 없다”에서는
최명길, 황신혜로, 그리고 형태를 약간 달리하여 미니시리즈 “M”에서 심은하를 통해 중장년층에게는 깊은 향수를 주었고, 오늘의
세대에게는 새로운 제복의 미학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 드라마가 방송 된지도 벌써 20년.
새
로운 세대가 탄생하고 그 세대는 새로운 매체인 TV문화 속에서 성년을 맞이하고 있다. 근래들어 우리주위에서 점차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가 늘어가고 있다. 자율화 물결 속에서 개성 있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사랑스럽지마는, 어딘가 수줍고 무언가 순수해
보이는 “제복의 학생”이 더욱 애정이 가고 우리 드라마에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싶은 것은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일까? 아무튼 “제4교실” 이든 “제5교실”이든 예전의 드라마를 다시 만들고 싶다.
(이병훈 MBC 드라마제작국부국장)
원문 출처 : http://blog.empas.com/ho2994/16828315